한국 남자 덴마크 꺾고 4회 연속 4강, 동메달 확보! 부산세계탁구선수권 4강 상대는 중국 “홈에서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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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직위원회 조회 761 작성일 2024.02.23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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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탁구 남자대표팀이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4강에 진출했다. 벡스코 특설경기장 초피홀에서 23일 첫 경기로 열린 8강전에서 난적 덴마크를 3대 1로 꺾었다.
덴마크는 남자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많은 경계를 했던 팀이다. 8강전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팀으로 꼽았었다. 그러나 결국 상대로 결정되자 대표팀은 했던 경계만큼이나 많은 준비를 하고 출전했다.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수많은 팬들이 운집했고, 경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임종훈(27‧한국거래소)이 첫 판에 기선을 제압했다. 특히 상대가 기다리는 코스의 역을 뚫어내는 선택은 압권이었다. 덴마크의 아너스 린드는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뒤로 물러나 로빙을 띄워가며 끈끈하게 따라붙었다. 마치 은퇴한 자국 레전드 미하엘 메이스(2005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동메달)를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같은 왼손 전형에 유독 자신 있는 임종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강한 톱스핀을 작렬시켰고, 결국 수비벽을 허물었다. 4게임 듀스접전이 임종훈의 승리로 마무리되자 경기장을 메운 관중의 함성도 박수도 일찍부터 달아올랐다.
2매치 장우진(28)은 몸이 무거웠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오른쪽 햄스트링에 평소보다 많은 신경을 썼고, 장기인 포어핸드 톱스핀은 덴마크 에이스 요나탄 그로트의 왼손 블록에 자주 차단됐다. 1, 2게임을 연달아 내줘 패색이 짙었다. 3게임에서 잠시 공격이 살아나며 포인트를 가져왔지만, 4게임에서 다시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요나탄 그로트의 백핸드 톱스핀은 날카로웠고, 장우진은 3에서 묶인 채 속절없이 게임을 내줬다. 매치스코어가 1대 1이 되면서 경기장에 긴장감이 짙게 드리웠다.
3매치에서는 양 팀 비장의 카드가 부딪쳤다. 주세혁 감독이 이상수 대신 안재현(24‧한국거래소)을 내보냈고, 덴마크 역시 한국이 예상 못한 마르틴 안데르센이 나왔다. 특히 마르틴 안데르센은 올해 국제무대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었다. 무려 세계선수권 8강전 3매치가 올해 국제무대 첫 출전이었다. 안재현으로서도 생소한 상대였는데, 당황하는 대신 흐름을 빠르게 가져왔다. 첫 게임을 2에서 묶었고, 이어진 2, 3게임에서는 접전을 펼쳤으나 결국은 게임을 내주지 않고 마무리했다. 빠른 발로 곳곳을 누빈 안재현 특유의 장악력이 빛났다. 흐름은 다시 한국 쪽을 향했다.
첫 주자로 나와 기선을 제압하는 공을 세운 임종훈과 2매치에서 한국 에이스를 잡은 요나탄 그로트가 맞붙은 4매치는 승부처였다. 장우진의 컨디션이 썩 좋지 못한 상황에서 최종 매치까지 갈 경우 승산이 충분하지 않았다. 위기에서 상대 에이스를 만난 임종훈은 이 날의 히어로였다. 첫 게임을 먼저 내줬으나 곧바로 전열을 정비했다. 듀스접전 끝에 2게임을 가져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게임 듀스는 분기점이었다. 짧은 서비스 후 3구 공격이 다 들어갔다. 임종훈이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바나나플릭도 적중률이 높아졌다. 관중의 뜨거운 함성 속에 3게임도, 4게임도 임종훈이 이겼다. 3대 1 이날의 에이스 임종훈이 한국의 4강을 견인했다.
임종훈은 요나탄 그로트와 거의 10년 전인 2015년에 딱 한 번 맞대결해 패한 적이 있었다. 이 날의 승리로 임종훈은 오래 묵혀뒀던 설욕전도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남자대표팀은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먼저 가있는 중국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남자탁구는 지난 2016년 대회 이후 3회 연속 동메달 기록을 이어왔다. 2016년은 중국, 2018년과 2022년은 독일에 4강에서 패해 동메달로 만족했다. 이번 대회 4강 진출은 4연속 기록이다. 그리고 2016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패했던 중국을 다시 만났다. 당시 4강 멤버로 중국은 마롱과 판젠동이 남아있고, 한국은 주장 이상수와 에이스 장우진이 남아있다. 홈그라운드로 배경이 달라진 이번 대회에서는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과 중국의 4강전은 24일 치러진다. 다음은 남자단체 8강전 경기결과와 공동취재구역 인터뷰 요약.
남자단체 8강전
대한민국 3대 1 덴마크
1매치 : 임종훈 3(11-8, 11-8, 9-11, 14-12)1 Anders LIND
2매치 : 장우진 1(9-11, 9-11, 11-5, 3-11)3 Jonathan GROTH
3매치 : 안재현 3(11-2, 13-11, 11-7)0 Martin Buch ANDERSEN
4매치 : 임종훈 3(9-11, 12-10, 11-6, 11-8)1 Jonathan GROTH
주세혁 감독
3매치는 처음부터 유리하다고 봤다. 누가 나가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재현을 택한 것은 안정성 면에서 가장 확실한 점수였기 때문이다. 이상수는 컨디션이 좋지만 가끔 기복을 보이는 약점이 있어서 일단 안정감을 택했다. 1, 2번 매치에서 점수를 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3매치는 반드시 잡고 가야 했고, 작전대로 됐다. 장우진에게 이긴 린드는 상대성 면에서도 장우진에게 강한 측면이 있다. 대진 순서를 정할 때 고려한 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임종훈을 먼저 붙이려고 했는데 잘 맞아떨어졌다.
이제는 중국이다. 중국과 우리는 최근에는 거의 매 경기 한 매치도 따지 못하고 패하고 있는데, 홈에서 하는 경기이니 만큼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우리 선수들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홈 팬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조금은 돌아서 갈지 정면승부를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우리 안방이니 만큼 조금이라도 승리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안재현
덴마크 처음부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임)종훈이 형이 2점을 잡아줬고, 저도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장)우진이 형이나 (이)상수 형이 잘해주고 또 규현이가 뒤에서 많은 힘을 보태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동메달을 확보했으니 다음 중국전에는 보다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중국 선수들이 워낙 강한 선수들이니까 너무 무난하게 가면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파워나 스피드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무난한 작전으로 가기보다는 좀 더 변칙적으로, 중국 선수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임종훈
오늘 진짜 응원 많이 와주셔서 이겼다. 홈이 아니었으면 패할 수도 있는 경기흐름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진짜 이겨서 너무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장)우진이 형이 매번 힘들게 잘 잡아줘서 메달 기록이 끊기지 않았는데, 오늘 형이 조금 고전할 때 제가 옆에서 힘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었다. 4매치에서도 앞에서 (안)재현이가 잘 끊어줬고, 뒤에 우진이 형이 다시 버티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창의적으로 경기하고 이겼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전이다. 중국은 사실 강대 강으로 붙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랑스 르브렁 형제들처럼 어딘가 변칙적으로 준비해볼 생각도 있다. 잘하고 싶다.
장우진
제가 졌지만 팀이 이겨서 그래도 기분이 좋다. 팀원들이나 응원오신 팬 분들한테 죄송스러운 마음이 많았는데 우리 홈이기 때문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나탄 선수랑은 상대 백을 노려야 하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좀 고전을 했던 것 같다. 리시브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변화를 좀 더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안)재현이가 3매치는 이길 것으로 봤다. 4매치에서 (임)종훈이가 첫 게임을 줬을 때 불안하긴 했다. 그래도 2게임을 잡으면서는 좀 안도했다. (웃음) 잘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 이제는 중국이다. 연속 4강에 갔는데, 사실 이번 대회는 다른 세계대회 때보다 부담이 훨씬 덜하다. 홈에서의 부담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작년 평창 아시아대회 때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일까? 어쨌든 1차 목표였던 4강을 달성했으므로, 홈에서 하는 4강전은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서 좋은 분위기에서 싸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