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중국 넘어야 ‘금메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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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직위원회 조회 962 작성일 2024.02.06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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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적을 위한 도전, 열세 딛고 홈 반전 승부 기대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2월 16일, 한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올린다. 홈그라운드에서의 세계선수권이라는 생소한 경험을 앞둔 한국탁구 대표팀도 ‘새 역사’를 목표로 막판 담금질에 한창이다.
전 세계 남녀 40개국이 열전을 벌이는 이번 대회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남녀 모두 중국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팀이 무려 11연속, 여자팀은 6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중국대표팀은 지금까지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남녀 팀이 똑같은 22회를 우승했다. 특히 2010년 대회 때 싱가포르에 일격을 허용한 뒤 다시 기록을 쌓아가는 여자팀에 비해, 남자팀은 2001년 대회부터 20여 년이 넘도록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스웨덴이 우승한 2000년 대회가 현재까지 중국 외 나라가 남자단체전을 우승한 마지막 무대다.
부산에서도 중국 남자팀이 금메달 숫자를 더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대회에 중국은 판젠동(1위), 왕추친(2위), 마롱(3위), 리앙징쿤(4위), 린가오위엔(5위)이 출전한다. 최상위권을 독점한 개인 세계랭킹만 보더라도 다른 나라는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전력을 구축했다.
그런데 최근 국제무대 각종 대회 우승을 양분하는 판젠동과 왕추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 중국 남자팀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선수는 노장 마롱이다. 35세인 마롱은 세계대회에서 전 종목 합계 12개나 되는 금메달을 보유했다. 10연패를 이어온 최근까지의 단체전 성적에서도 마롱이 대표팀 일원으로서 기여한 대회가 무려 일곱 번이다. 나머지 다섯 개는 개인단식(3)과 복식(2)에서 채웠다.
마롱이 보유한 금메달 숫자 12개는 1950, 60년대 전성기를 누리고, 80년대에는 국제탁구연맹 회장까지 역임한 일본의 ‘전설’ 오기무라 이치로의 그것과 같은 숫자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마롱이 아시아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가 된다. 탁구에 관한 한 남다른 자부심이 있는 중국이 마롱을 다시 선발한 이유에는 이런 정황도 배경에 있었을지 모른다.
국제탁구계에서 ‘슈퍼맨’이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마롱의 활약이 세계선수권대회로만 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2016년 리우와 2020년 도쿄에서 올림픽 최초 남자단식 연속우승 기록을 세웠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획득한 금메달만도 15개나 된다. 크고 작은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그가 가져간 우승컵은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세계선수권대회 개인단식 3연패(2015년, 2017년, 2019년)는 자국의 ‘대선배’ 장쩌둥 이후 54년 만에 세운 진기록이기도 하다.
참고로 세계선수권 최다 금메달리스트 1~3위는 헝가리의 빅토르 바르나(22개), 미클로스 스자바도스(15개), 체코의 보후미르 바나(13개)다. 적은 수의 유럽 국가 중심으로 단체전과 개인전이 매년 열리던 초창기(1920~40년대)를 휩쓴 ‘레전드’ 들이다. 역으로 보면, 격년으로 종목별 메달을 수확하는 현 시대에 개척기에 근접한 기록을 축적한 마롱이 새삼 대단해 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마롱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1위는 물론 통산 순위 공동 3위까지도 목전에 뒀다.
실은 모든 기록을 떠나서 마롱이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최강의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탁구 자원들이 넘쳐나는 중국에서 여전히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기록으로 보나, 기량으로 보나 마롱은 한 마디로 ‘시대를 초월하는 슈퍼맨’이다. 중국의 젊은 스타플레이어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하고 있는 마롱을 두고 애정을 넘어 존경심까지 표하는 세계의 탁구 팬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부산에서 한국의 탁구 팬들도 이 ‘슈퍼맨’의 활약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단단한 디펜스를 바탕으로 포어 백 양 핸드에서 무결점 탁구를 펼치는 마롱은 이번 대회에서 주로 3매치 승부처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주전들이 혹여 흔들리더라도 숱한 경험을 지닌 마롱이 중심을 잡아줌으로써 결국은 안정을 찾아가는 게 중국탁구 남자대표팀의 현재다.
바꿔 말하자면 견고한 ‘탁구장성’을 넘고자하는 도전자 입장에서 마롱은 중국을 상대하는 핵심 공략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다. 마롱이 흔들리면 중국이 흔들리는 까닭이다. 부산에서 새 역사를 만들고자 하는 한국 대표팀이 파고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아쉽게도 현재 한국 대표선수들에게도 마롱은 높은 벽이다. 맏형 이상수가 2012년 인천 코리아오픈에서 승리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여덟 번을 싸워 일곱 번을 패했다. 에이스 장우진도 3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절대적인 열세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을 벡스코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단 한 번뿐인 이상수의 승리도 홈에서의 ‘사건’이었다.
마롱의 스윙은 하나하나마다 역사다. 하지만 그를 넘는다면 더 놀라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어떤 결과가 연출되더라도 팬들은 ‘역사’를 목도하게 되는 셈이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2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치러진다.